Der Tod, in voller Blüte "만개 속 죽음"
동백화 冬柏花
글_강제석
모든 것이 다 마르고 떨어져 버린 채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생명이나 희망이라곤 애초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이 차갑게 버티고 있는 겨울이다.
기대하는 모든 이들을 조소하듯 태연하게 하늘에서는 우리를 더 움츠러들고, 작아지고, 죽게 만드는 것이 무자비하게 쏟아진다. 그것들은 자연스레 소복이 쌓이고 순결함으로 가장한 하얀색 속으로 이 세상이 처연하게 침잠한다.
그러는 사이, 작고 느린 움직임으로 이 시공간을 뒤틀며 비집고 나오는 생명 한 줄. 점점 그 모습이 드러나고 짙어지며, 작지만 선명한 색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향기롭다.
이 계절 그 어떠한 것보다 당당하다.
절망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 천천히 피어오르는 모습에 심지어는 경외심마저 들기까지 하고, 그 당당함 속에 주변 공기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내 저 멀리서도 보일 만큼 만개하고 찬란하게 춤을 춘다. 그 자리를 꼿꼿이 버티고 우직하게 서있는 모습이 고집스럽게 뿌리내린 겨울을 알게 모르게 움직이며, 찰나의 온기로 그를 서서히 풀어헤친다.
겨울을 견디어내고 끝까지 힘을 쥐어짜 내며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한 그 꽃은 이내 다시, 겹겹이 쌓여 감히 그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소멸한다.
그 만면에 희망이 가득한 얼굴을 그대로, 툭 떨어뜨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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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본 동백꽃의 생애를 위에 글로 담아보았다. 동백꽃은 추운 겨울을 버텨낸 후 끝내 활짝 핀다. 아픔을 견디고 피워낸 그 꽃의 마지막은 이겨낸 추위보다 더 잔인하게, 목이 잘리듯 꽃이 그대로 뚝 떨어지며 끝이 난다. 차가움 속에 피어난 생명의 온기가 절정에서 더욱 극명하게 빛을 낸 후, 빠르고 아프게 식어버리는 이 느낌을 프로젝트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며 공연을 감상하면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만개 속 죽음”은 단순히 밝은 곡(장조), 어두운 곡(단조)의 배치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앉아서 공연을 감상하다 보면 이 공연 자체가 동백이고, 그 주위에 겨울이 단단히 깔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JEDOL x SENAN
[Project_2] : Der Tod, in voller Blüte '만개 속 죽음'
2023. 02. 08. 수
2023. 02. 09. 목
강제석 Jeseok Jedol Kang : Project Director, Flute
정현진 Hyeonjin Jeong : Executive of JEDOL, Viola
성하진 Hajin Sung : Artistic Committee, Compose, Arrange
조항오 Hangoh Cho : Artistic Committee, Cello
최찬열 Chanyeol Choi : Artistic Committee, Bas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