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Tod, in voller Blüte "만개 속 죽음"
Part 1. 악기로 소개하는 겨울
1부에서는 각 악기의 목소리로 겨울을 그려보았다. 동백이 피기 전 추운 겨울의 이미지를 그들의 소리로 채운다.
악기마다의 음색으로 표현한 겨울이 어떤지 상상해 보면서 연주를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첼로의 중후한 음색, 플루트의 맑은 음색, 비올라의 호소력 짙은 음색, 바순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동백이 피는 한 겨울의 이미지를 설명해 줄 것이다.
하나. Arvo Pärt : Spiegel im Spiegel (Vc)
첫 곡으로 Arvo Pärt(아르보 페어트)의 곡을 선정했다는 점에 주목 하면 좋을 듯하다. ‘거울 속 거울’이라는 뜻의 Spiegel im Spiegel 은 말 그대로 실재하는 것과 비치는 상 사이 무너진 경계를 표현한다. 곡의 진 행이 마치 끝나지 않을 듯이 무한히 연장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이 거울 속 거울을 표현하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서로 평행하게 마주 보도록 두 거울을 놓으면 그 사이 공간이 무한히 늘어난다. 마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듯이 말이다. Arvo Pärt(아르보 페어 트)가 제시하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며 각자 상상해 보길 바란다. 전반적 으로 깔려있는 희망적이지만 정적인 분위기가 이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이번 공연의 배경이 될 백색의 겨울, 순결해 보이는 겨울을 관객에게 전 달해 준다.
Arvo Pärt(아르보 페어트)는 에스토니아, 북유럽에서 태어났다. 에스토니 아 하면 생각나는 게 겨울 산림이다. 한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침엽수와 상록수가 뾰족하게 밀집되어 서있는 숲에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그 위에는 청명한 하늘이 떠있다. 이 그림이 바로 에스토니아의 국기와 닮았 다고 한다. 이처럼 겨울과 가까운 그의 모국에서 그가 태어나서부터 보고 자랐을 겨울이 작품 전반에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게 그의 작품들의 특징 이다. 과연 첼로와 피아노를 통해 표현된 그의 거울 속은 어떻게 생겼을 지 집중하며 우리가 마련한 겨울 속으로 점점 더 빠져보길 바란다.
둘. Manuel de Falla : Nana (Fl)
그에 이어 플루트 연주가 진행된다. 두 번째 곡은 Manuel de Falla(마누엘 데 파야)가 작곡한 7 Canciones populares Españolas(7개 의 스페인 유행가곡) 중 NANA, ‘자장가’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땐 어쩌면 겨울과 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플라멩코, 열정과 풍부한 표현력, 관능적 움직임이 연상되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 작곡가의 곡이기 때문이 다. 어쩌다 뜨거움이 담긴 곡을 겨울이라는 이 배경에 배치하게 됐을까? 작곡가가 이런 말을 했다. ‘곡의 본질은 문자를 통한 것이 아닌, 곡이 지 닌 영혼 혹은 정신에 좌우된다. 이 곡은 사랑과 연관되며, 기쁨, 고통과 관련된 모든 것들로부터 나온다.’ 나는 그의 말에 힘입어 이 곡이 내게 전 달하는 그 무언가에 더 집중했다. 나에게 이 곡의 첫인상은 ‘거리감’이었 다. 아주 작게 시작해 더 작게 끝나는 이 곡을 들으면 굉장히 절제됐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겨우내 모든 것을 잠재우는 이 세상이 들려주는 노래 처럼 들린다. 플루트의 음색으로 표현된 자장가의 힘이 과연 모든 것을 잠재우는 겨울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지 주목해 보면 좋겠다.
“잘 자라, 나의 아기, 잘 자라,
잘 자라, 나의 사랑,
잘 자라, 아침 햇살 같은 나의 아기.
자장, 자장,
잘 자라, 아침 햇살 같은 나의 아기.”
- Nana 가사 -
셋. Gabriel Faure : Après un rêve (Va)
다음 곡이다. 첫 시작부터 진심을 담아 말한다. 왠지 모를 이 처량 한 모습이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비올라의 울림에 더 호소력 있게 들린다. 슬프게 목 놓아 운다. 온 마음 안에 있는 감정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조금씩 쏟아낸다. 찰나의 순간 행복하고 황홀하다 이내 다시 회 한을 느끼고, 아쉬움에 젖어간다.
낭만 시대의 한 획을 그은 프랑스 작곡가 Faure의 작품이다. 낭만 시대 는 고전 시대 혹은, 형식의 시대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표현의 시대로 가는 그 시작이다. 그가 작곡한 ‘꿈꾸고 난 후’, après un rêve는 말 그대로 꿈을 꾼 후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신원 미상 이탈리아 작가의 시가 그 이야기의 근간이 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사랑하는 사람과 꿈속에서 빛을 향한 로맨틱한 비 행을 한다. 하지만 이내 꿈에서 깨며 그 여행이 그저 황홀했던 꿈이었다 는 허망과 함께 다시 신비한 밤으로 돌아간다.’ 성악곡인 이 곡을 비올라 의 화법으로 풀어나가 보았다. 가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Faure의 이 서사를 따라가며 모두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잠시 나마 꿈같 은 여행을 즐겨보길 바란다. 그러나 그 마지막에는 씁쓸하고 처량한 감정 만이 남을 것이다.
"꿈속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그대의 모습
나는 불타는 신기루 같은 행복을 꿈꾸었네
그대의 눈은 아주 부드러웠고 음성은 맑고 낭랑했다네
그대는 마치 여명에 반짝이는 하늘처럼 빛났다오
그대가 나를 불렀고, 나는 이 세상을 떠났었다네
그 빛 쪽으로 그대와 함께 들어가려고
하늘은 우리를 위해 구름을 거둬주었지
미지의 찬란함, 마구 보이는 신성한 섬광들
아! 슬프다! 슬프다! 꿈에서 깨어나다니!
나 그대를 부르오, 오! 밤이여,
나에게 그대의 환상을 돌려주오
돌아오라, 빛이 되어 다시 돌아오라
돌아오라, 오, 신비스러운 밤이여!"
- Après un rêve 가사 -
넷. Robert Schumann : Hör' ich das Liedchen klingen (Bn)
"나의 옛사랑이 한번 불러줬던 그 노래를 듣는다면, 매서운 고통의 압박 속에 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암흑 같은 그리움에 이끌려 저 높은 숲으로 올라가니, 그 거대한 아픔이 거기로부터 눈물로 녹아내린다."
-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중 10번 가사 -
바순을 마지막으로 1부는 끝이 난다. 바순의 음색으로 Robert Schumann(로베어트 슈만)의 Dichterliebe(시인의 사랑) 가곡집 수록곡 중 10번 Hör' ich das Liedchen klingen(내가 그 노래를 듣는다면)이 연주된다.
작곡가 로베어트 슈만(Robert Schumann),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이 셋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아는가? 자신의 작품에 아내를 위한 코드를 숨겨놓았을 정 도로 평생토록 클라라를 사랑한 로베어트, 스승의 아내인 클라라를 흠모 했던 브람스. 이들의 삼각관계가 그것이다.
슈만의 대표적인 가곡집인 시인의 사랑(Dichterliebe-디히터리베)은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집에서 발췌한 16개의 시를 바탕으로 한 가곡집이다. 하이네 역시 삼촌의 딸을 사랑했다 실연을 당한, 사랑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다. 지독한 사랑 이야기에 더불어, 조울증으로 스스로 강물에 뛰어들기 까지한 슈만이 하이네의 시를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주목 해보길 바란다.
시인의 사랑(Dichterliebe)가곡집 16개의 작품 중 10번째 노래 ‘내가 그 노래를 듣는다면’(Hör' ich das Liedchen klingen)은 사랑의 실패와 아 픔을 표현하고 있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의 총체라 생각한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에 더 집중이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두 예술가가 겪은 지극히 개인 적인 사랑의 고통과 아픔이 어떻게 문자와 소리를 통해 예술이 되었을지, 바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감상하며 한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그의 목소 리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모두 각자만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생각 날 것이다. 사랑에 무너져 가슴이 옥죄어오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더욱 깊이 겨울 속으로 들어가 보자.
JEDOL x SENAN
[Project_2] : Der Tod, in voller Blüte '만개 속 죽음'
2023. 02. 08. 수
2023. 02. 09. 목
강제석 Jeseok Jedol Kang : Project Director, Flute
정현진 Hyeonjin Jeong : Executive of JEDOL, Viola
성하진 Hajin Sung : Artistic Committee, Compose, Arrange
조항오 Hangoh Cho : Artistic Committee, Cello
최찬열 Chanyeol Choi : Artistic Committee, Bas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