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발? 자기 계발?
Self Development? Self Improvement?
나는 자기 계발이 나에게 더 잘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啓(열다, 계) 는 단순히 표면적인 의미에서의 열다 즉, open 아니면 unlock, unfold의 의미보다는 좀 더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일깨워주다/인도하다 라는 말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 알게, 혹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일종의 시야를 넓혀주는 느낌의 단어라 생각한다. 교육자나 선지자의 가르침 혹은 리드를 통해 깨우친다는 의미가 담겨있달까. 실제로 한자를 들여다보면 '문(戶)을 열어서(攵) 입(口)으로 깨우다'라는 문자들이 모인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開(열다, 개)는 한자에서도 보이듯이 문이라는 문자가 들어가 있어 진짜 닫힌 것을 여는 느낌이다. 정말 '문(門)을 열다(开)'라는 뜻이다.

내 생각에 '자기 계발'은 내가 몰랐던 부분을 깨우치고 새롭게 발견하는 느낌이 담긴 것 같다. 잠재력과 함께 나를 발견해 발전시킨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자기 개발'은 내가 가진 기술을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전시킨다는 말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내가 '자기 계발'과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항상 갇혀있는 듯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끝으로 나만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할 때쯤.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이데올로기에 의해 교화되어 그 방향이 완벽히 나만의 창조적인 길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느낌이었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그 느낌과 함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 선물처럼 내게 다가왔다. 결국 내가 나를 알아가는 것이 내게 필요했던 것이다.

얼마 전 친구 Tyler와 얘기를 하다가 한국사람들이 자기 계발, 생산성, 효율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게 됐다. 나는 그 얘기에 100퍼센트 공감!ㅋㅋㅋ 나 조차도 효율이 떨어지는 일들을 피하려 애를 쓴다. 나는 급진적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에 살기에 한국사람들이 성장이라는 말을 다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깊이 있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생산성, 효율성, 성장, 개발과 계발이 가져다준 영향력은 마치 근대의 과학혁명과 자본주의가 만나 전 지구적으로 가파른 우상향 성장 그래프를 보여준 것만큼 혁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사회에서는 그 부분에 집착. 아니 거의 도그마적, 종교적으로 맹신할만하다 생각한다.ㅋㅋㅋ 가령 우리가 극동이 아닌 유럽 한복판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그들과 역사를 함께했더라면 우리 민족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나쁘기만 한 걸까?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지를 인정하고 궁금해하며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메타인지와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내가 알지 못한 부분이 뭔지를 혹은 내 강점을 인지하고, 그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고민하는 게 성장의 첫 단계이다. 이 것을 시작으로 막판에 성장을 얻어낸다면 성공이고 결국 행복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초점은 나 자신에 맞춰져 있다. 내가 나와 친해지고 나를 알아가는 것이 자기 계발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게 만약 모두에게 요구되는 기본 값이 된다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필수조건이라면?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경쟁사회다. 내가 느낀 한국의 교육환경은 경쟁이 팽배한 살얼음판 같았다. 게다가 예술 중, 고등학교를 나왔으니 말해 뭐하겠나. 이 환경에서는 내 능력 부족 탓인지 모르겠지만 내 강점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강점을 키워 경쟁력을 갖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해 완벽한 육각형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다들 비슷비슷해지고 다양성은 찬탈당했다. 끝으로 내 머릿속에 남은 질문 하나.
'내가 뭘 위해 이러고 있지? 나는 누구지..?' '나랑 너는 서로 다른데.. 세상에 나랑 같은 사람은 없는데..'
학창 시절 내내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이 똑같은 이상을 강요받고, 천편일률적인 음악을 요구받아오면서 나는 나를 잃어갔다. 이 생각에서 출발해 예술인으로 살기에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을 끝으로 독일 유학을 결정했다.

다시 과거를 돌아보면서 좀 더 현명하게 단점을 빨리 보완하고 강점에 집중했어야지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했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그게 나였구나, 나의 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구나 믿는다.
어찌 됐든 긍정적 변화와 성장은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이 더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을 통해 50키로를 감량했고(지금은 다시 8키로가 쪘다..ㅎ), 독일 입시에서 100대 1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국제콩쿨 파이널리스트였고 학교생활도 전보다 훨씬 재밌게 하고 있다. 게다가 어릴 땐 쳐다도 보지 않던 양서를 손에 쥐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더욱 뿌듯함을 느낀다.


독일에서 공부한 경험이 내게 엄청난 자산이 된 것 같다. 한층 더 멋있는 사고가 가능해졌고 시야도 많이 넓어졌다. 똑같이 열심히 사는데 효율 따지는 한국보다 오히려 독일에서 효율이 더 좋다.ㅋㅋㅋ 배움의 환경이 나랑 더 잘 맞나 보다. 한국 경쟁사회를 통해 터득한 청교도적 훈련 방법을 갖고서 다양성을 수용적으로 맞아주는 독일에 들어가 끝없이 성장을 갈망하는 중이다.(전보단 아니지만 여전히 효율 따지는 중..ㅎ) 어린 시절 사회화가 이렇게 무서운가 보다.ㅋㅋㅋ 그래서 독일에서 색다른 교육을 경험해봤는데, 일례로 교수님께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특단의 조치로 한 번은 연습 그만하고 학교 뒤 강가에서 멍 때리고 책 읽고 쉬라는 숙제를 주신적이 있다. 그때는 그게 너무 어려웠고, 결국 못했다. 아니 쉬는 것도 눈치 보는 게 참 말이 되나..?🤦♂️🤦♂️ 그 당시엔 뼛속까지 한국인 마인드여서 시간 없고 지금 과제에 연습해야 될게 산더미 같은데 멍 때리 라니..;라고 생각했었다. 유럽식 교육에 한국식 반응이었으니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없었다.ㅋㅋㅋ 전역하고 다시 돌아가면 더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노력해야지 다짐하는 중이다.
단지 어려운 점은 군대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이다. 좀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현재를 헤쳐나갈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전역 내놔 얼른...😠
